멍냥이 입맛·건강 잡은 '수의사 CEO', K-펫푸드로 美 시장 뚫는다

[스타트UP스토리]김희수 림피드 대표
  • 2025.07.04 07:00
  • 김희수 림피드 대표 /사진=최태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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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수 림피드 대표 /사진=최태범 기자
펫푸드 시장은 반려동물의 노령화와 '펫 휴머니제이션'(Pet Humanization) 트렌드에 힘입어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유기농, 맞춤형 영양 솔루션 등 고품질 제품에 대한 소비자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다.

이에 따라 사료의 성분과 출처, 안전성에 대한 투명성을 요구하는 반려인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국내 펫푸드 산업은 여전히 기능성과 안전성에 대한 실증 없이 마케팅에만 의존하는 구조적 한계를 보인다.

부실한 사료 검증·관리 체계와 허위·과장 광고로 인한 반려인들의 우려가 큰 가운데, '투명성' 자체를 사명에 내걸고 펫푸드 사업을 전개하는 스타트업이 있어 주목된다. 세계 최초로 동결건조 공법을 통해 사료를 만든 '림피드'다. 영어 Limpid는 맑고 투명한 것을 뜻한다.

림피드의 공동창업자인 김희수 대표와 김창태 최고기술책임자(CTO)는 모두 영양내과를 전공한 수의사다. 김희수 대표는 "국내에는 영양내과를 전공한 수의사가 5명 남짓에 불과하다. 그중에서 2명이 림피드에 있다"고 했다.

두 수의사 출신 창업자는 만성질환을 앓는 반려동물들이 기존 처방 사료의 낮은 기호성(사료를 섭취하는데서 느낄 수 있는 특성)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것을 자주 목격했다. 특히 노령 반려동물에게 이 같은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인지했다.

이들은 한국은 물론 아시아 권역에는 R&D(연구개발) 기반 펫푸드 회사가 전무하다는 문제의식에서 글로벌 펫푸드 기업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창업에 나섰다. 김 대표는 "원재료 선정부터 임상시험 결과까지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 신뢰를 쌓아갈 것"이라고 했다.


세계 최초 '동결건조' 사료, 낮은 기호성 혁신적 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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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지영
사료 시장은 크게 전통 사료(알갱이 사료)와 대안 사료(화식·생식 등)로 나눌 수 있다. 전통 사료 시장은 글로벌 기업들이 오래전부터 규모의 경제를 이루고 있어 경쟁이 치열하다.

대안 사료 공법 중에서는 화식(원재료를 거의 가공하지 않고 재료 본연의 형태를 살린 사료)이 가장 경쟁이 뜨거운 가운데, 림피드는 세계 최초의 동결건조 사료로 시장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동결건조 공법은 급속도로 얼린 후 천천히 수분만 날리는 방식으로 영양소 파괴가 적다. 맛이나 향도 그대로 보존하며, 물에 닿으면 다시 원물로 복귀하는 특성이 있다. 림피드는 생고기, 채소 등 사람이 먹는 휴먼그레이드 원료를 동결건조해 사료를 만든다.

김 대표는 "고온·고압으로 튀겨내는 일반 사료와 달리 동결건조 사료는 최종 당화 산물(당독소) 생성을 최소화해 만성질환 발병과 악화를 막는다"며 "기존 처방 사료의 가장 큰 문제점이었던 낮은 기호성을 혁신적으로 개선했다"고 강조했다.

처방 사료는 수의사가 질병이 있는 반려동물에게 처방하는 사료를 뜻한다. 그는 "일반적인 처방 사료는 의도적으로 영양 밸런스를 깨뜨린 사료이기 때문에 정상적인 반려동물이 먹으면 독이 될 수 있는 리스크도 있다"고 했다.

림피드의 동결건조 사료 브랜드 '닥터트러스티'에는 현재 당뇨, 췌장염, 식이 알레르기 등 3개 질환을 다루는 주식·간식 제품군이 있다. 앞으로 비만, 신장 부전, 스트루바이트 결석 등으로 질환 포트폴리오를 확대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동결건조 사료를 한 번 먹기 시작하면 알갱이 사료를 잘 안 먹으려고 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뛰어난 기호성은 높은 재구매율로 이어진다"며 "프리미엄 사료 시장을 겨냥해 성장세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했다.


포뮬라 개발부터 생산, 임상까지 전 과정 내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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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결건조 처방사료 브랜드 ‘닥터트러스티’ /사진=림피드 제공
림피드는 반려동물의 건강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펫 헬스케어 플랫폼 '샐러드펫'을 통해 다양한 반려동물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해왔다. 이와 함께 정밀 영양 포뮬레이션(포뮬라) 개발부터 생산, 임상시험까지 전 과정을 내재화한 수직계열화 밸류체인을 구축했다.

이를 위해 지난해 11월 동결건조 사료 제조사 아띠푸드의 핵심 생산설비와 영업권을 인수하며 독자적인 생산 역량을 대폭 확대하고, R&D 및 임상 검증을 강화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바 있다.

아울러 경북대학교와 합작법인을 설립해 국내 최초로 사료 전문 임상시험(CRO) 기관도 출범시켰다. 이곳은 제품 효능 및 안전성을 과학적으로 검증하는 체계를 구축하는 역할을 한다.

향후 CRO 사업 확장을 통해 자체적인 제품 개발 외에도 풀무원을 비롯한 주요 기업들의 임상시험을 수주함으로써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김 대표는 올해 연간 매출이 지난해와 비교해 7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애초에 국내가 아닌 미국과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사업을 시작했다. 가장 큰 챌린지는 미국에 유의미하게 진출한 국내 펫푸드 선례가 없다는 점"이라며 "뷰티나 다른 분야는 선례가 많지만 펫푸드는 전혀 없어 하나하나 시행착오를 겪으며 뚫어 나가고 있다"고 했다.


"프리미엄 사료, 전세계에 K-펫푸드 트렌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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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결건조 사료 생산 역량 확대를 위해 인수한 아띠푸드 설비 /사진=림피드 제공
실제로 미국 진출 시 국내에서 만든 사료는 육류 성분 때문에 바로 나갈 수 없다. 매번 까다로운 검역 절차를 거쳐야 하고 FDA(식품의약국)와 같은 규제 기관의 승인도 받아야 한다.

림피드는 이를 '포뮬라 원료 수출' 방식으로 해결했다. 김 대표는 "포뮬라 원료를 수출하고 미국 내에서 완제품을 만드는 OEM 방식을 통해 FDA 규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전략을 수립했다"고 전했다.

림피드가 최근 15억원 규모의 프리시리즈A 투자를 유치할 수 있었던 것도 이 같은 전략을 투자사들이 높게 평가했기 때문이다. 이번 투자에는 삼성화재-인포뱅크, 오라클벤처투자, 경북대기술지주, 씨엔티테크, 신용보증기금 등이 참여했다.

림피드는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이 주최·주관하는 '농식품 기술창업 액셀러레이터 육성지원사업'에도 선정돼 운영사인 씨엔티테크로부터 맞춤형 컨설팅과 네트워킹, 국내외 파트너 연계 등 다양한 지원을 받고 있다.

림피드는 오는 9월 아마존 등 주요 이커머스 채널 입점을 통해 미국 시장 공략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가격 경쟁을 하지 않는 프리미엄 포지셔닝을 명확히 하고 있다. 비싼 값을 지불하더라도 반려동물의 건강과 기호성을 중시하는 트렌드에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만성질환을 앓는 반려동물의 건강관리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전세계에 K-펫푸드라는 트렌드를 만들겠다"며 "아시아를 대표하는 프리미엄 펫푸드 기업으로 도약하고 2026년까지 매출 100억원 규모의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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