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 아이도 가구 만든다…간편 분해·조립 'DIY 가구' 뭐길래

[스타트UP스토리]이재명 모어시스템즈 대표
  • 2025.06.10 11:00
  • 모어시스템즈의 이재명 대표(오른쪽)와 원경남 공동창업자 /사진=모어시스템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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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어시스템즈의 이재명 대표(오른쪽)와 원경남 공동창업자 /사진=모어시스템즈 제공
"가구는 기성 공산품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개인의 취향이나 환경에 맞는 사이즈와 디자인은 당연히 '찾아야 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간편하게 직접 만들어서 사용하는 방법도 있다."

이재명 모어시스템즈 대표는 "개인 맞춤 가구가 필요한 경우 전문가에게 외주를 맡기면 몇 배의 비용과 시간을 소모해야 하는 문제점이 있다. 기존 맞춤 가구는 의뢰자가 되는 것이지 만드는 주체자가 되기는 어렵다"며 이같이 말했다.

모어시스템즈는 가구 DIY(Do It Yourself) 문화의 인식 개선과 환경 문제 해결을 목표로 설립됐다. '모어'(MORE)는 모듈(Module)과 재활용(Recycle)의 앞 글자를 합성해 만들었다.

이재명 대표는 지드래곤, BTS 지민, 이수혁 등 국내 대표적인 패션 셀럽들의 아이템으로 유명세를 탄 럭셔리 브랜드 '블라인드리즌'의 창업자다. 명품 플랫폼 젠테에 회사가 인수된 뒤 젠테 전략본부장으로 영입됐다.


'모어 커넥터' 통해 누구나 가구 조립·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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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지혜
오랫동안 패션업계에 몸담았던 그는 팝업 스토어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폐기물을 보며 지금의 사업 아이템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었다. 가구의 수명을 연장하고 재조립을 통해 폐기량과 탄소배출을 최소화하는 지속가능한 시스템의 필요성을 크게 절감했다.

이 대표는 "기존 가구 시장은 환경 문제에 대한 대안이 부족하다. 수명이 다한 가구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제품을 구성하는 다양한 소재의 분리 배출에 한계가 있고 심지어 재활용 소재를 사용하더라도 단순히 새로운 공산품을 만드는 것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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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어 커넥터를 활용해 가구를 구성하는 모습 /사진=모어시스템즈
그는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솔루션으로 '모어 커넥터'를 개발했다. 모어 커넥터는 전문 공구가 없어도 누구나 가구를 조립·분해할 수 있도록 한다. 두께 14~18mm 사이의 다양한 패널을 쉽고 빠르게 연결하고 분해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사용자는 스스로 원하는 가구를 디자인할 수 있다. 디지털 주문 시스템을 통해 원하는 패널의 두께를 정하고 사이즈를 기입해 주문하면 해당 사이즈로 재단된 패널이 배송된다. 시스템은 필요한 커넥터의 개수도 자동으로 계산해준다.

이 대표는 "사용자가 직접 가구를 디자인하고 만드는 과정을 통해 창의력을 발현하고 성취감을 느끼게 하며, 나아가 환경 문제에 직접적으로 기여하는 주체자가 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강조했다.


프랑스 업사이클링 전문기업과 맞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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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어 커넥터를 통해 구성할 수 있는 주요 가구 제품군 /사진=모어시스템즈
모어 커넥터는 한국과 같은 아시아 국가들이 겪는 DIY의 환경적 한계성(좁은 공간, 소음, 공구 사용 제약)과 문화적 한계성(가구는 사는 것이라는 인식, 맞춤 가구 제작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솔루션이다.

이 대표는 "아날로그적인 가구 제작 과정을 디지털 전환해 사용자가 스스로 설계하고 만들기 때문에 기존 가구업체들처럼 AS(애프터서비스)나 CS(고객서비스)에 따르는 부담이 크지 않다"고 했다.

모어시스템즈는 DIY에 사용되는 패널의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재활용 소재를 활용한다. 이 대표는 "프랑스의 업사이클링 전문기업, 대구의 재활용 업체와 협력하고 있으며 재활용 패널을 만드는 합작사 설립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단순히 패널의 소재뿐만 아니라 가구를 확장하거나 수정할 때, 이사 시 분해해 옮길 때 등 재조립을 통해 가구의 생애주기를 길게 가져가면 폐기와 탄소배출을 최소화해 환경적 순환에 기여할 수 있다"고 했다.


'장애인 고용' 사회적 기업으로 성장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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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이 대표의 창업 계기에는 지적 발달장애를 가진 자신의 둘째 아이도 큰 영향을 미쳤다. 그는 "우리의 제품은 발달장애를 가진 아이가 조립할 수 있을 정도로 직관적이고 쉬운 난이도를 기준으로 개발됐다. '쉬움'을 혁신의 기준으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사회에서 지적 발달장애인들은 성인이 됐을 때 일자리가 매우 한정적이다. 국가적인 정책으로 채용을 권장하지만 사회적인 책임과 보장에는 한계가 있다"며 "둘째 아이와 함께할 수 있는 의미 있는 기업을 만들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기존 제조업은 위험성 때문에 장애인 채용이 한정적이었으나 최근 스마트 공정기술의 발전으로 안전하게 기계를 다룰 수 있는 시대가 되고 있다. 장애인 고용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는 사회적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 모어시스템즈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서비스를 개시한지 얼마 안됐지만 월간 방문자(MAU)는 현재 약 2만명 수준이다. 월간 방문자 중 70%가 미주와 유럽 등 해외 고객이며, 나머지 30%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권 고객이다. 가구 DIY가 아시아보단 서구권에서 더 활성화돼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의 DIY 문화에 대한 인식 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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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DIY 문화에 대한 인식 개선'을 사업의 가장 큰 도전 과제로 보고 있다. 그는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에서는 DIY가 단순히 인테리어 유지 보수를 위한 수리나 부품 교체 정도로 받아들여지는 경향이 있다. 문고리나 방충망을 고치는 것과 같은 식"이라고 했다.

이어 "스스로가 창의력을 발휘해 가구를 설계하고 직접 만드는 과정을 즐기는 문화를 정착시키겠다. 'BUILD YOUR CREATIVITY' 캠페인을 통해 고객이 곧 창작자이자 환경 실천가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을 널리 확산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모어시스템즈는 오는 8월 경기도 파주에 공장 겸 쇼룸을 건립할 예정이다. 사용자들이 이곳에서 직접 자재를 고르고 가구 조립을 체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아울러 내년 하반기 중 법인으로 전환한 뒤 외부 투자유치를 진행할 계획이다.

기술 개발과 기능 확장도 추진한다. 이 대표는 "현재 직각 구조의 가구만 제작 가능하다. 앞으로 둥근 형태 등 다양한 기능의 가구를 제작하기 위한 부품과 커넥터의 연구개발을 지속할 것"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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