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까지 배달 갑니다…'우주 택배' 꿈꾸는 누리호 개발자

[스타트UP스토리]이기주 인터그래비티테크놀로지스 대표
  • 2025.07.08 06:00
  • 이기주 인터그래비티테크놀로지스 대표 /사진=최태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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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주 인터그래비티테크놀로지스 대표 /사진=최태범 기자
한국판 나사(NASA, 미국 항공우주국)를 목표로 하는 우주항공청(KASA)이 지난해 출범하면서 민간이 우주산업을 주도하는 '뉴스페이스' 시대가 본격 막을 올렸다.

KASA가 2045년까지 대한민국을 세계 5대 우주 강국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하며 민간기업의 우주 관련 기술 개발 및 상업화 지원에 나선 가운데, 국내 최초의 민간 '궤도 수송선' 개발에 도전장을 던진 스타트업이 있어 주목된다.

지난해 4월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출신들이 모여 설립한 '인터그래비티테크놀로지스'(인터그래비티)다. 인터그래비티는 스스로를 '패스파인더'(Pathfinder)라 칭하며 우주 신기술과 임무를 가장 먼저 시도하는 길잡이가 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기주 인터그래비티 대표는 "우주에서도 돈을 벌 수 있다는 인식을 확산하고 싶다"며 "어릴 적부터 달에 가는 것이 목표였다. 이제는 직접 우주산업의 변화를 이끌며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패스파인더로서 한국의 우주시대를 열어가겠다"고 했다.


경제성 있는 궤도 수송선 개발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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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다나
이기주 대표는 서울대 항공우주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메릴랜드대학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미국 올드도미디언대학교 조교수를 거쳐 항우연에서 12년간 발사체 및 엔진 전문가로 일한 우주 분야 베테랑이다.

그는 항우연에서 소형 발사체 선행 기술, 뉴스페이스 시대 우주 수송, 재사용 발사체 정책 연구 등을 수행하며 민간기업의 역할을 고민해왔다. 특히 누리호 초기 설계팀에서 일하는 동안 '한국에는 자주 발사할 수 있는 소형 발사체가 필요하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한다.

인터그래비티는 고추력(高推力) 추진기관과 3D 프린팅 기술 등을 활용해 경제성 있는 궤도 수송선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궤도 수송선은 우주 공간에서 위성을 비롯한 다양한 물체를 한 궤도에서 다른 궤도로 이동시키는 역할을 하는 우주선이다.

이기주 대표는 "궤도 수송선의 엔진은 발사체, 운용 부분은 위성에 가깝다"며 "궤도 수송선은 탐사선과 착륙선, 발사체 2단 엔진 분리 후 위성을 목표 궤도에 정확히 배치하는 '킥스테이지(Kick Stage)' 등을 옮긴다"고 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다채로운 우주 미션이 등장하면서 궤도 수송선의 역할이 중요해질 것"이라며 "혁신기술의 우주 실증, 정지궤도 위성 연료 재충전 등을 위해 다양한 규모의 궤도 수송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소형 궤도 수송선, 한국이 집중해야할 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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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인터그래비티테크놀로지스
이 대표는 소형 궤도 수송선 분야가 전세계 우주산업에서 한국이 집중해야 할 분야라고 판단했다. 그는 "한국의 추진기관 및 위성 개발 기술을 융합하면 고품질의 궤도 수송선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NASA의 전자레인지 크기 초소형 달 탐사선 '캡스톤(CAPSTON)' 사례를 들며, 앞으로 이 같은 물체를 운송하는 소형 궤도 수송선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캡스톤은 NASA의 유인 달 탐사 프로젝트인 '아르테미스 계획'의 우주정거장 위치를 사전에 탐색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무게가 25kg으로 한국형 달 탐사선 '다누리(678kg)'와 비교해 27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이 대표는 "궤도 수송선을 영어로는 'OTV(Orbital Transfer Vehicle)'라고 일반적으로 표현한다. 하지만 우리는 스페이스 크래프트(Spacecraft)라고 본다. 스페이스 크래프트는 위성(Satellite)보다 상위 개념"이라고 했다.

그는 "궤도를 돌고 어딘가로 이동하며, 심지어 착륙까지 포함하는 광범위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인터그래비티는 이러한 스페이스 크래프트의 핵심인 추진기관을 자체 개발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비용 절감 가능한 무독성 추진체 사용


이 대표는 미국 스페이스X가 1단 재사용 발사체 기술을 통해 발사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춘 것을 보며, 궤도 수송선의 '경제성'에 보다 집중하게 됐다고 한다. 그는 "어떤 우주 기업이든 성장하려면 경제성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를 위해 인터그래비티는 추력 667뉴턴(N) 이상의 고추력 추진기관을 자체 개발하고 있다. 탄화수소의 일종인 에탄과 아산화질소 조합을 활용한 무독성 추진제(그린 프로펠런트)를 사용한다.

이 대표는 "환경을 보호할 뿐만 아니라 독성이 높은 기존 연료(하이드라진)에 비해 운용 비용이 훨씬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독성이 높은 연료는 작업 공간 출입 통제, 방호복 착용 등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무독성 추진제가 하이드라진보다 성능은 다소 낮을 수 있지만 저궤도 미션에서는 성능보다 비용 절감이 우선순위가 된다"고 덧붙였다.

이어 "비용이 적게 드는 용접 기술을 활용한 연료 탱크, 3D 프린팅, 니켈-합금 분말 기반 금속 적층 방식을 통한 형상 통합 등으로 궤도 수송선의 제작·발사 비용도 대폭 줄일 수 있다. 싸고 거칠지만 믿을 수 있는(Dirty Reliable)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했다.

인터그래비티는 궤도 수송선이 목적지에 도달한 후에도 남은 에너지를 활용해 자체적으로 자율 운영 미션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궤도 수송선이 수송 임무 외에 위성처럼도 사용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사업영역을 확장한다는 전략이다.

이 대표는 정부 R&D(연구개발) 사업 수주가 매출로 인정되지 않는 등 국내 우주 기업들이 겪는 어려움도 토로했다. 기술력을 인정받더라도 재무제표상으론 기업가치를 높이지 못해 투자유치가 어렵고 해외 경쟁사들보다 적은 투자금으로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2027년 1분기 이륙 질량 50kg급 궤도 수송선 실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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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주 인터그래비티테크놀로지스 대표가 아시아 최대 스타트업 행사인 '넥스트라이즈 2025'에서 우주항공 산업의 발전 방향과 스타트업의 도전기를 공유하고 있다. /사진=최태범 기자
인터그래비티의 첫 번째 핵심 마일스톤은 2027년 1분기 이륙 질량 50kg급 궤도 수송선 'iGRVT-50'을 스페이스X 로켓에 실어 우주에서 첫 실증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이 발사를 통해 그동안 개발한 추진기관과 항법 모듈을 우주에서 검증하고, 이후 본격적인 고객사 유치에 나설 것"이라며 "실증의 성공을 위해서는 내년 2분기까지 궤도 수송선 개발을 완료해야 한다"고 했다.

인터그래비티는 지난 5월 한서대학교 내 기업부설연구소 시험장에서 궤도 수송선 개발 모델의 첫 연소시험에 성공한 바 있다. 20N급 소형 추력기 2기의 작동 신뢰성과 통합 시스템 운용 가능성을 확인했으며 누적 연소 시간 500초, 단일 최대 연소 시간 1분을 기록했다.

또 경량화된 1kg급 탄소복합재 연료탱크의 안정적인 작동도 확인했다. 지난달부터는 우주 환경을 모사할 수 있는 진공 챔버를 구축하고 연소 시험과 함께 성능 최적화 작업을 진행하는 중이다.

인터그래비티는 앞으로 이륙 질량을 500kg, 1000kg, 3000kg 등으로 늘려 다양한 우주 탐사 미션에 대응한다는 목표다. 특히 자율 항행과 재사용 기능을 도입해 지구 귀환 캡슐 회수, 우주 제조물 지상 반송 등 상업용 플랫폼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예를 들어 미세중력을 이용한 난치병 치료제 개발처럼 지상에서 만들 수 없는 제품을 우주에서 만들어내는 플랫폼을 제공해 인류 사회의 발전에 기여하겠다. 인터그래비티의 궤도 수송선이 전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존 대비 10분의 1 가격의 궤도 수송선을 만들겠다. 스페이스X의 차세대 로켓이 상용화되면 발사 비용이 더 저렴해질 것"이라며 "모든 글로벌 사업이 우주와 연결될 것이고 저비용 발사 수단의 등장은 우주 사업의 새로운 기회를 열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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